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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6일 오후 대구 남구청의 요청을 받은 미래무인항공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드론을 띄워 건물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뉴스1]
아내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사건의 발단은 구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이날 구청에서는 지역 내 신천지 성도를 확인하기 위해 명단에 있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인은 “내가 신천지 성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나를 때렸다. 나는 아픈 곳 하나 없이 괜찮은데 남편이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편은 “나야 신종코로나에 걸려도 상관없는데, 애들이 걸리는 게 걱정이니 ‘검사를 받으라’고 한 것이다. 때린 적 없다”고 반박했다.
화곡지구대 관계자는 “부부가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에는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부인이 맞았다고 했으나 그런 것 같지 않고 말싸움만 벌어졌던 것으로 보여 귀가시켰다”며 “싸움 당시에는 서로 말도 안 통하고 격분해서 신고한 것 같은데, 일단 집에 보냈지만 요즘 이슈인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천지 아우팅’으로 인해 금이 가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지로 지목되는 신천지의 성도라는 사실이 노출되면서 가족 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신천지 측에서도 “신천지를 믿는다는 이유로 가정과 직장에서 핍박받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관련 사례 4000여건이 교단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 안 돼"
이 중 부부관계에서 한쪽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들은 ‘이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자가 신천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유책배우자(혼인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남편이 아내가 자기 몰래 다른 종교를 믿어왔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낸 사건에서 “아내의 종교가 사이비종교라거나 그 종교단체의 행위가 법질서에 위배되는가의 문제는 변론으로 하고, 누구도 상대방의 종교활동을 그만두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밝히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종교에 빠져 가정에 지나치게 소홀하다면 충분히 유책배우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지나치게 종교 활동에 집착해 가족들을 오랫동안 방치한 경우로, 민법 840조 2항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에 해당한다. 이 경우 이미 결혼 생활이 파탄이 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민법 840조 6항)에도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종교 활동에 빠져 아이들을 돌보지 않거나, 헌금이나 기타 명목으로 경제적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종교 시설에 기부한 행위자에 대해 법원은 유책배우자로 판단하고 다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윤미 변호사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그 종교 활동이 가정과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이혼 재판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신종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배우자가 신천지라는 점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배우자가 신종코로나를 가족에게 감염시킬 수 있음에도 검사를 하지 않거나, 가족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봤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허윤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은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있고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모임을 갖거나 검사를 거부하는 것은 가정 안으로 감염병을 끌어들이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지속되는 사항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유책배우자의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도 “신천지라는 이유만으로 이혼 청구가 인용될 수는 없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생긴 부부간의 갈등이 혼인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관계를 파탄시켰다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대법원에서는 파탄주의(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면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하급심에서는 가정별 상황에 따라 파탄주의를 인정해 이혼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연·남수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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