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기기] 남편보다 시동생이 더 잘생겨서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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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20 20:28 조회수 : 114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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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시동생이 더 잘생겨서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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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리펠라트의 지나온 성문을 잠시 응시하던 세슈르는 다시 말고삐를 잡아 당기며 길을 재촉했다. 아침에 꾼 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게 뇌릿 속에 남아 있었다.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 남자는.. 정말 나였을까?
날씨는 곧 비가 내릴 듯이 우중충했다.
예전과는 달리 혼자서 하는 여행이.. 뭔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부터 세이르와 함께 였으니.. 미카엘 조차 모습을 감춘 지금 혼자서 하는 여행은 쓸쓸하다는 감정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 갈 곳이 어딘지도 모르게 말고삐를 다시 재촉하던 세슈르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대로.. 무작정 간다고 해서 그를 만날 수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미카엘과 카르엘과 동등한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막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처 입은 눈으로, 곧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펠의 곁을 떠나며 세슈르는 가슴을 지끈 거리는 죄책감을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며 정이 든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세이르도.. 그녀 역시 자신과 함께 오랜 시간 여행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기를 쓰고 찾을 리 없었다.
- 당신을 증오해!
아른 거리는 검은 머리칼. 왜 자꾸 그녀가 생각나는 것일까... 세슈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번도 만난 적도 없는 단지 꿈속의 인물. 하지만 그 여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 비수가 되어 꽂혀 오는 것은 왜일까?
후두둑... 천천히 빗줄기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슈르는 재촉하기는 커녕 더욱 느릿한 속도로 마을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얼굴에 내리치는 세찬 빗줄기 사이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누구보다 소중한 너는...
“이게..뭐지?”
세슈르는 자신의 눈물에서 흐르는 물줄기에 놀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직접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에도 눈물은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서야 세슈르는 미카엘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는 마치 우물가에 빠진 생쥐 꼴인 세슈르의 모습에 기겁하면서 방을 잡아 세슈르를 그 안에 안내했다.
“죄송합니다. 좀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상관 없어.”
세슈르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답하며 머리에 올려진 수건을 내려놓았다. 온 몸을 엄습하는 한기에 잠시 어지러움까지 느꼈지만 세슈르는 침대에 주저앉지는 않았다.
“미카엘...”
“네?”
“천족에게도.. 전생이라는 것이 있는가?”
“네에?”
세슈르의 뜻밖의 질문에 놀랐던 미카엘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차분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전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케이오스님께서 정하신 세상의 이치. 그것은 저희 천족들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전생이 있는지 없는지, 겪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지요.”
“그래...”
미카엘은 그제서야 바닥으로 가라앉은 듯한 세슈르의 기분을 느끼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황궁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무슨 일은.. 그냥, 비가 오니 기분까지 그렇군.”
“아.. 그러고 보니 당신과 제가 처음 만난 것도 이런 비오는 날이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그렇군.”
비가 쏟아지던 날, 자신을 향해 당황한 눈빛으로 양팔을 저어보이던 세이르, 맥없이 쓰러지는 자신을 향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이르를... 그때의 세슈르는 알 수가 업었다. 세이르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의 의미를.
“세슈르.”
“음?”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
“무슨?”
“... 세이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거죠?”
“무슨?”
미카엘은 세슈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아니 그녀는 인간과 천족에 반하는 어둠의 존재들의 수장격입니다. 지금 케이오스님과 마찬가지로 아이킬로스 역시 봉인되었으니 수장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이미 당신이 아는 세이르와는 다릅니다. 이미 수 많은 존재를 살육했고... 당신이 아는 세이르는 이미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영원히...”
“!!”
“어떻게 생각하시죠?”
“...”
세슈르는 침묵을 지켰다.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세슈르를 보며 미카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 사랑하고 계십니까?”
“...”
세슈르는 대답 대신에 창틀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비가 내리는 회색빛의 세상. 자신의 마음처럼 암울한 배경의 세상에 세슈르는 피식 웃었다.
“그래.. 사랑이겠지. 사랑해.”
“세슈르!”
마카엘의 표정은 기쁨과 씁쓸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세슈르.. 지금 하신 말이 당신의 마음에 품고 있는 진실임이 확실하겠지요?”
“물론이야. 이젠.. 자신의 감정도 몰라 실수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확실하지 않던 내 행동에 미련을 가지며 상처받았던 레이엘과... 무뚝뚝한 내 행동에 상처를 받았을 세이르에 대한 속죄.”
미카엘은 세슈르의 대답에 만족하며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라면.. 지금의 당신이라면 괜찮겠군요. 그녀를 만나도”
“뭐?”
“함께 가실까요? 똑같은 상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세슈르는 떨리는 손으로 미카엘의 손을 잡았다. 미카엘은 순간 한곳에 강렬한 시선을 주고는 조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확 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빛줄기.. 그들이 사라진 공간에는 쓰러져 있는 마족 한명만 있을 뿐이었다.
“누구냐! 아.. 미카엘님 그리고..”
갑작스런 텔레포트에 경계를 하던 카리안은 급히 주위에 결계를 쳤다. 텔레포트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세슈르가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어지러워 할 즈음에 뭔가 시선을 잡아 끄는 독특한 색이 있었다. 세슈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헤어진 이후.. 세이르의 머리칼은 많이 자라 있었다. 뭔가 슬픈 꿈을 꾸는지 눈물이 어려 있어 세슈르는 세이르의 눈가에 손을 대어 눈물을 떨구어 내었다. 또르륵 흐르는 눈물.. 세이르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꿈인 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지만 만날 수 없었기에... 이렇게 인형 같이 눕혀져 있는 세이르 이기에 더욱더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런 세슈르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미카엘이 천천히 다가왔다.
“만나고 싶어하던 분이십니다. 세이르씨 말입니다.”
“세이르!”
세슈르의 음성에 세이르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은빛 속눈썹 사이로 초점 흐린 눈동자가 보이자 세슈르는 세이르를 와락 껴안았다. 품 속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거짓말 처럼 느껴졌다. 한번도 신에게 감사를 한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늘 자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룩해 왔고 케이오스를 받드는 디 펠로단의 기사였던 만큼 케이오스의 명목상의 신자이기는 했지만 신에게 진심으로 기도를 한적도 없었다. 허나 세슈르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세이르와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을 신께 감사드리고 있었다.
“폐하. 전하께서 안계십니다!”
황자궁의 시종장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서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펠의 앞에 조아린 모습에 펠은 시선을 돌렸다.
“세슈르 말인가?”
“폐하?”
보통 때라면 자신보다 안색이 더 하얘져서는 난리를 칠 펠임이 분명한데 그 답지 않게 너무 무반응에 시종장은 조심스레 펠의 안색을 살폈다.
이미 술을 꽤 마신 듯 그의 얼굴은 붉으스레 달아올라 있었다. 무심결에 펠의 손에 있는 술병을 바라보고는 시종장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술병에는 [케테르 360년산] 이라는 마크가 크게 찍혀 있었던 것이였다.
‘저 국보급 술을..’
“그 아이라면 이 황궁을 나갔으니 걱정 하지 마라.”
“폐..폐하?”
“..이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펠의 씁쓸한 음성은 물기를 담고 있었다. 시종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두분 께서 다투신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니야.. 그 아이는, 아마도 제 자리를 찾아가고자 한 것이겠지.
나의 족쇄를 풀고 말이야.”
“폐하. 어이 족쇄라 하시옵니까.”
펠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을 느끼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도록 과음을 한 것이 몇 화성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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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리펠라트의 지나온 성문을 잠시 응시하던 세슈르는 다시 말고삐를 잡아 당기며 길을 재촉했다. 아침에 꾼 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게 뇌릿 속에 남아 있었다.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 남자는.. 정말 나였을까?
날씨는 곧 비가 내릴 듯이 우중충했다.
예전과는 달리 혼자서 하는 여행이.. 뭔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부터 세이르와 함께 였으니.. 미카엘 조차 모습을 감춘 지금 혼자서 하는 여행은 쓸쓸하다는 감정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 갈 곳이 어딘지도 모르게 말고삐를 다시 재촉하던 세슈르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대로.. 무작정 간다고 해서 그를 만날 수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미카엘과 카르엘과 동등한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막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처 입은 눈으로, 곧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펠의 곁을 떠나며 세슈르는 가슴을 지끈 거리는 죄책감을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며 정이 든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세이르도.. 그녀 역시 자신과 함께 오랜 시간 여행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기를 쓰고 찾을 리 없었다.
- 당신을 증오해!
아른 거리는 검은 머리칼. 왜 자꾸 그녀가 생각나는 것일까... 세슈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번도 만난 적도 없는 단지 꿈속의 인물. 하지만 그 여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 비수가 되어 꽂혀 오는 것은 왜일까?
후두둑... 천천히 빗줄기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슈르는 재촉하기는 커녕 더욱 느릿한 속도로 마을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얼굴에 내리치는 세찬 빗줄기 사이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누구보다 소중한 너는...
“이게..뭐지?”
세슈르는 자신의 눈물에서 흐르는 물줄기에 놀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직접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에도 눈물은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서야 세슈르는 미카엘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는 마치 우물가에 빠진 생쥐 꼴인 세슈르의 모습에 기겁하면서 방을 잡아 세슈르를 그 안에 안내했다.
“죄송합니다. 좀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상관 없어.”
세슈르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답하며 머리에 올려진 수건을 내려놓았다. 온 몸을 엄습하는 한기에 잠시 어지러움까지 느꼈지만 세슈르는 침대에 주저앉지는 않았다.
“미카엘...”
“네?”
“천족에게도.. 전생이라는 것이 있는가?”
“네에?”
세슈르의 뜻밖의 질문에 놀랐던 미카엘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차분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전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케이오스님께서 정하신 세상의 이치. 그것은 저희 천족들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전생이 있는지 없는지, 겪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지요.”
“그래...”
미카엘은 그제서야 바닥으로 가라앉은 듯한 세슈르의 기분을 느끼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황궁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무슨 일은.. 그냥, 비가 오니 기분까지 그렇군.”
“아.. 그러고 보니 당신과 제가 처음 만난 것도 이런 비오는 날이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그렇군.”
비가 쏟아지던 날, 자신을 향해 당황한 눈빛으로 양팔을 저어보이던 세이르, 맥없이 쓰러지는 자신을 향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이르를... 그때의 세슈르는 알 수가 업었다. 세이르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의 의미를.
“세슈르.”
“음?”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
“무슨?”
“... 세이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거죠?”
“무슨?”
미카엘은 세슈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아니 그녀는 인간과 천족에 반하는 어둠의 존재들의 수장격입니다. 지금 케이오스님과 마찬가지로 아이킬로스 역시 봉인되었으니 수장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이미 당신이 아는 세이르와는 다릅니다. 이미 수 많은 존재를 살육했고... 당신이 아는 세이르는 이미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영원히...”
“!!”
“어떻게 생각하시죠?”
“...”
세슈르는 침묵을 지켰다.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세슈르를 보며 미카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 사랑하고 계십니까?”
“...”
세슈르는 대답 대신에 창틀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비가 내리는 회색빛의 세상. 자신의 마음처럼 암울한 배경의 세상에 세슈르는 피식 웃었다.
“그래.. 사랑이겠지. 사랑해.”
“세슈르!”
마카엘의 표정은 기쁨과 씁쓸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세슈르.. 지금 하신 말이 당신의 마음에 품고 있는 진실임이 확실하겠지요?”
“물론이야. 이젠.. 자신의 감정도 몰라 실수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확실하지 않던 내 행동에 미련을 가지며 상처받았던 레이엘과... 무뚝뚝한 내 행동에 상처를 받았을 세이르에 대한 속죄.”
미카엘은 세슈르의 대답에 만족하며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라면.. 지금의 당신이라면 괜찮겠군요. 그녀를 만나도”
“뭐?”
“함께 가실까요? 똑같은 상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세슈르는 떨리는 손으로 미카엘의 손을 잡았다. 미카엘은 순간 한곳에 강렬한 시선을 주고는 조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확 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빛줄기.. 그들이 사라진 공간에는 쓰러져 있는 마족 한명만 있을 뿐이었다.
“누구냐! 아.. 미카엘님 그리고..”
갑작스런 텔레포트에 경계를 하던 카리안은 급히 주위에 결계를 쳤다. 텔레포트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세슈르가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어지러워 할 즈음에 뭔가 시선을 잡아 끄는 독특한 색이 있었다. 세슈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헤어진 이후.. 세이르의 머리칼은 많이 자라 있었다. 뭔가 슬픈 꿈을 꾸는지 눈물이 어려 있어 세슈르는 세이르의 눈가에 손을 대어 눈물을 떨구어 내었다. 또르륵 흐르는 눈물.. 세이르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꿈인 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지만 만날 수 없었기에... 이렇게 인형 같이 눕혀져 있는 세이르 이기에 더욱더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런 세슈르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미카엘이 천천히 다가왔다.
“만나고 싶어하던 분이십니다. 세이르씨 말입니다.”
“세이르!”
세슈르의 음성에 세이르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은빛 속눈썹 사이로 초점 흐린 눈동자가 보이자 세슈르는 세이르를 와락 껴안았다. 품 속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거짓말 처럼 느껴졌다. 한번도 신에게 감사를 한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늘 자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룩해 왔고 케이오스를 받드는 디 펠로단의 기사였던 만큼 케이오스의 명목상의 신자이기는 했지만 신에게 진심으로 기도를 한적도 없었다. 허나 세슈르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세이르와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을 신께 감사드리고 있었다.
“폐하. 전하께서 안계십니다!”
황자궁의 시종장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서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펠의 앞에 조아린 모습에 펠은 시선을 돌렸다.
“세슈르 말인가?”
“폐하?”
보통 때라면 자신보다 안색이 더 하얘져서는 난리를 칠 펠임이 분명한데 그 답지 않게 너무 무반응에 시종장은 조심스레 펠의 안색을 살폈다.
이미 술을 꽤 마신 듯 그의 얼굴은 붉으스레 달아올라 있었다. 무심결에 펠의 손에 있는 술병을 바라보고는 시종장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술병에는 [케테르 360년산] 이라는 마크가 크게 찍혀 있었던 것이였다.
‘저 국보급 술을..’
“그 아이라면 이 황궁을 나갔으니 걱정 하지 마라.”
“폐..폐하?”
“..이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펠의 씁쓸한 음성은 물기를 담고 있었다. 시종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두분 께서 다투신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니야.. 그 아이는, 아마도 제 자리를 찾아가고자 한 것이겠지.
나의 족쇄를 풀고 말이야.”
“폐하. 어이 족쇄라 하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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