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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아 도는 내력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기심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의 우는 사연을 알아보련다 .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련다 .
손로원님 작사 , 이재호님 작곡에 박재홍님이 노래하신 물방아 도는 내력입니다 .
서울 가서 출세하여 세상에 큰 일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러고자 하는 사람 기왕에 나 아니고도 얼마든지 많아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 짐이 되는 세상 ..
자연을 벗삼아 흐르는 구름 보며 나뭇잎 흔드는 바람과 함께
때로는 가족 혹은 이웃들과 때로는 ( 가족들 외출했을 때 ) 나홀로 살아가는 것도
그 멋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물방아 도는 내력의 일절 가사 ' 낮이면 밭에 나가 기심을 매고 ..' 로 불러야 한다 .
1 절 가사에서 보통 "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 라고 들 부르지만
길쌈은 피륙을 짜 내기까지의 모든 수공의 일을 일컫는 명사로서 " 길쌈하다 " 는
식으로 사용하며 밭에 나가서 김매는 것을 " 기심을 매다 " 로 사용하기 때문에
길쌈이 아닌 기심이 맞다고 하겠습니다 .
그런데 ,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1 절의 노랫말이 잘못 불려지고 있어서 문제이다 .
아무런 연관도 없는 가사가 비슷한 발음으로 인해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 의미를 모르는 대중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
1954 년에 도미도 레코드사에서 발간해 낸 레코드판에는 분명히 1 절의 가사가
“ 낮이면 밭에 나가 기심을 매고 ....” 로 잘 나와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 로 잘못 바꿔 부르고 있는 것이다 .
가수는 물론이고 음악 방송의 전문 진행자나 작곡가 등도 “ 길쌈을 매고 ..” 로 잘못
알고 있으며 , 그러다 보니 “ 밭에 나가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는 것 아니냐 " 는 이야기나 ,
" 밭이나 바깥이나 비슷하다 ” 는 이야기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정이다 .
“ 이상하다 .
길쌈은 ' 삼이나 무명을 잣는다 ' 는 말인데 잣는다는 것은 실의 재료로 실을 만들고
천을 만든다는 것 아닌가 ?
아마도 낮에는 밖에 ( 남의 집 ) 에 나가서 길쌈을 매고 , 밤에는 안 ( 집 ) 에서 새끼 꼰다는 것이
아니겠느냐 ?” 는 말도 안되는 해설도 하고 있는 지경이다 .
길쌈 매는 것은 여자이고 사랑방에 새끼 꼬는 것은 남자인데 어떻게 같은가 ?
어떻게 해서 이런 엉뚱하고도 엉터리 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제대로 된 박 재홍이 부른 노래 1 절의 가사인 " 기심 " 을
살펴보아야 한다 .
원래 가사인 “ 기심 ” 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
애석하게도 우리의 국어사전에는 기심이라는 낱말은 나와 있지 않다 .
다만 ,“ 김 ” 이라는 말이 나와 있을 뿐이다 .
“ 김 ” 은 “ 기음 ” 의 줄임말이며 ,‘ 기음 “ 은 ’ 논밭에 난 잡풀 ‘ 이라는 뜻이다 .
논밭에 난 잡풀을 뽑거나 묻어버리거나 하여 없애는 것을 “ 기음 맨다 ”,“ 김 맨다 ” 고 한다 .
“ 프를 매야 두듥 가에 두놋다 ( 두시 언해 )” 는 “ 풀을 매어 언덕 가에 놓았다 ” 는 뜻으로
“ 김 ” 은 매어야 할 대상인 잡풀을 말하는 것이다 .
그런데 '기심'이라는 말이 쓰인 근대소설이 있다.
' 가뭄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지주인 이 주사네 논의 기심을 매고 비 오기를 축수하기도 하고
보광사 절에서 불공을 드리지만 가뭄은 여전히 계속됐다 .'
- 김정한 (1908~1996) 사하촌 ( 寺下村 ) 중에서
따라서 , 노랫말의 원어는
“ 낮에는 밭에 나가 기심 (= 김 ) 을 매고 밤에는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 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 .
길쌈은 국어 사전에 “ 피륙을 짜는 일 ” 을 말하며 , 동사를 만들면 “ 길쌈 한다 ” 로 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 기심은 김으로서 매야 할 대상이 되므로 “ 기심을 매고 ..” 가 되는 것이다 .
전혀 엉뚱한 노랫말을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 아무 생각없이 엉터리 없는 해설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불쌍하기 짝이 없어서 하는 말이다 .
우리 대중들의 생활과 의식의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제대로 쓰고
부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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