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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거미, 반투명한 노래기, 175살 된 가재 등 평생을 암흑 속에서 사는 동굴동물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들도 많지만 그들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발견된 노래기류의 한 종인 이 녀석은 평생 땅속 깊은 곳, 영겁의 암흑 속을 미끄러지듯 기어다닌다. 이 녀석을 비롯해 다른 진동굴성 동물들의 사진은 이들의 서식하는 동굴 속이나 그 부근에서 흰 배경막을 밑에 깔고 촬영한 것이다.
Amplaria adamsi, 3.18cm(몸길이), 히든 동굴
기다란 다리와 감각모로 진동과 온도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이 동굴 거미에게 눈이나 몸의 색소는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많은 것이 결핍된 동굴 환경에 적응해 신진대사 속도도 느리고 새끼도 적게 낳는다.
Yorima속 신종, 0.5cm, 클러프 동굴
구불구불한 몸통의 이 눈 없는 편형동물은 동굴의 물웅덩이 속에 서식한다. 물웅덩이는 이런 종류의 동물에게 수천 년 동안 보금자리가 되어왔을 것이다. 이 작은 세상 속에 사는, 너무도 연약한 “이 녀석은 아무리 빈약한 환경이라 해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질학자이자 동물전문가인 조울 디페인은 말한다.
Tricladid, 미확인종, 0.5cm, 크리스털 동굴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우르사마이너 동굴에서 벤저민 토빈이 동굴 내부를 오가며 무척추동물을 찾고 있다. 그는 부서지기 쉬운 동굴생성물과 연약한 진동굴성 동물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고 있던 진흙투성이 부츠를 벗은 채 적색 테이프를 붙여 표시한 곳으로만 다녔다. 과학자들은 최근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있는 동굴들에서 진동굴성 동물 30여 종을 새로 발견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시각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미를 예로 들어보자. 동굴 입구에 서식하는 거미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거미가 8개의 눈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동굴 깊숙이 사는 종들은 그보다 적은 수의 눈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사는 종들은 눈이 전혀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자연선택에 의해 눈이 퇴화하는 대신 진동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등의 촉감은 더 발달한 것으로 많은 생물학자들은 믿고 있다. 가장 뛰어난 촉감을 지닌 거미는 장님거미류이다.
정상 시력 Titiotus속 신종, 2.2cm, 클러프 동굴 |
부분적인 시력
동굴 전역에 서식
Usofila속 신종, 0.23cm, 카위어 동굴
부분적인 시력
동굴 전역에 서식
Usofila속 신종, 0.23cm, 카위어 동굴
장님
동굴 깊은 곳의 암흑 속에 서식
Usofila속 신종, 0.23cm, 클러프 동굴
전갈처럼 생긴 이 의갈류는 독을 분비하는 커다란 집게발을 가진 무시무시한 포식자다. 이 한 쌍의 집게발로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팔팔한 먹잇감과 맞붙어 힘을 겨룰 수 있다. 한 동굴에서만 세 종이 발견됐다. “녀석들은 동굴의 백상아리죠.” 조울 디페인은 말한다.
Chthoniid, 미확인종, 0.36cm, 카위어 동굴
동굴동물들이 다양한 크기로 진화하긴 했지만 작은 녀석들의 수가 월등히 많다. “몸이 작으면 조금만 먹어도 생존이 가능하죠.” 생물학자 진 크레이차는 말한다. “먹을 게 늘 있는 것이 아닌 장소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주 좁은 공간 사이에 먹이가 껴 있을 경우(암맥 사이의 유기 퇴적물이라든가 갈라진 천장 틈 사이의 나무 뿌리, 또는 구멍 속에 숨어 있는 벌레 등) 역시 몸집이 작아야 유리하다. 아주 작은 녀석부터 죽 늘어놓은 다양한 크기의 이 절지동물들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최근 발견된 종들로, 모두 실제 크기에서 6배 확대한 모습이다. 이중에는 준이 없는 종(진동굴성 동물)도 있고 어느 정도 시력을 가지고 있는 종(호동굴성 동굴)도 있다.
전갈처럼 생긴 이 의갈류(Tuberochernes속)는 몸이 반투명한 진동굴성 동물들보다 훨씬 불투명하고 크다. 이 녀석은 동굴과 지표면 생활에 모두 적응한 이른바 호동굴성 동물로 분류하는 편이 낫다. 호동굴성 동물의 긴 다리와 지표면 동물의 색소 및 시력을 갖고 있다. |
이 의갈류(Fissilliercreagris속)은 몸길이가 6.4mm밖에 안 되지만 동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에 속한다. 녀석들은 사냥감을 찾을 때 바위 밑으로 파고든다. 바위 밑에는 진드기, 톡토기를 비롯한 소형 절지동물 등 무방비 상태의 먹잇감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클러프 동굴에서 발견된 이 녀석(Neochthonius속)도 다른 의갈류처럼 전갈의 주요 무기인 가공할 꼬리는 없다. 대신에 집게발로 먹잇감을 낚아챈다. 이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집게발의 특정 부위에 있는 도관을 통해 독을 주입한다.
이 장님거미(Calicina속)의 악명 높은 부속지들은 이동해 다니고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데도 쓰인다. 녀석의 다리 사이사이에는 작은 감각기관이 수천 개나 있다. 이 감각기관은 주변 온도나 움직임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겉보기에 동굴들은 서로 고립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외부의 오염물질에 관한 한 다른 서식지들과 똑같이 취약한 실정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동굴 서식지로 스며들어오는 살충제가 위의 녀석 같은 등각류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이 지네는 서늘한 동굴의 서식 환경 속에 숨어 있어 안전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녀석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동굴이 외부의 연평균 기온이 반영된 서늘한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생물들도 그런 일정한 온도에 적응되어 있다. 하지만 만약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면 동굴동물들도 이에 신속하게 적응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개체 수가 줄거나 멸종하고 말 것이다.
이 지네(henicopid속)와 같은 동굴동물들에게 먹이를 먹는 건 큰 도전이다. 대부분이 포식자인 데다 먹잇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 새로 알려진 Oaphantes속 거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여러 동굴에서 최근 발견된 많은 종들 가운데 하나다. 이곳 지하세계의 갈라진 틈 사이에 놀라운 다른 생물종들이 서식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약 90%의 동굴들이 입구가 눈에 띄지 않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학계로서는 탐험해볼 만한 도전인 셈이다.
포식자가 많고 외부와 격리된 생태계가 에덴동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래기는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부터 먹이를 그럭저럭 찾아낸다. 동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무 뿌리, 시냇물에 휩쓸려 동굴 안으로 유입된 나뭇잎, 그리고 박쥐의 배설물이 바로 그들의 먹이다.
사람 새끼손톱만 한 호동굴성 거미인 이 녀석(Calileptoneta속)은 깊은 동굴 속에 사는 사촌인 Titiotus속 거미보다 작다. Titiotus속 거미는 1달러짜리 은화만 하다. Calileptoneta속 거미와 달리 Titiotus속은 거미줄을 치지 않는 대신 먹잇감을 좇아가 다리로 부여잡는다.
이 Oaphantes속 거미는 지표면에 서식하는 사촌들보다 수명이 훨씬 긴 것으로 보인다. 진동굴성 동물은 수명이 자그마치 175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앨라배마 주의 셸타 동굴에 서식하는 가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가재는 100살이 돼어야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
강인한 생존력을 지닌 듯한 Orthonops속 동굴거미도 지하에 서식하는 모든 사촌과 마찬가지로 사실은 불확실한 미래에 처해 있다. 익히 알려진 1000종 이상의 진동굴성 동물 가운데 95%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확인한 종은 겨우 41종이다.
이 Taiyutyla속 노래기는 체절마다 뻣뻣한 털이 돋아 있다. 이는 사냥하고 가파른 곳을 오를 때 유용하다.
사촌들보다 작고 투명한 이 좀붙이(Dipluran속)는 진동굴성 동물일지 모른다. 진동굴성 동물은 어둠 속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색소가 결핍된데다 시력이 미미하거나 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눈 구멍은 지방 저장고의 역할을 한다. Dipluran속에게 어둠은 별 문제될 게 없다. 감각모들이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하에 사는 모든 동물이 그렇듯 이 장님거미(Taracus속)도 불안정하고 때론 불충분한 먹이공급망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동굴은 다른 생태계와 동떨어져 있는데다 포식동물이 비대칭적으로 너무 많다. 하지만 동굴에 서식하는 대다수 동물은 한정된 먹이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몸집이 작다.
장님거미(Taracus)속 거미의 길고 민감한 다리는 어둠 속에서도 먹이를 감지할 수 있다. 형편없는 시력을 충분히 커버하는 것이다. |
아무리 봐도 정이 안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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