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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더글러스 채드윅
눈표범은 손님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기자 스티브 윈터는 근접촬영을 위해 동물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는 몰래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눈표범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이 전설적인 산악 은둔자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찰칵 찰칵 7초에 8번 찍히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인도 헤미스 국립공원의 눈표범이 귀를 기울인다. “때로 몰래카메라가 싫어요. 제가 목표하는 것을 항상 반영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진기자 스티브 윈터는 말한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 동물 자신이 사진을 찍기 때문이겠죠!”
비벼대고 할퀸 자국을 내고 대소변을 보는 등 눈표범은 종종 ‘냄새 고약한 낙서’로 다니는 길에 흔적을 남긴다. 이런 냄새 덕분에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눈표범들은 영역이 겹치는 다른 녀석들과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짝짓기 철에는 이 냄새가 이성을 부르는 자석 역할을 한다. 3500마리밖에 안 남은 이 멸종위기종이 야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표범은 발톱자국, 소변을 흩뿌린 자국 등 길을 따라 난 시각, 후각적 흔적으로 자신의 동족에게 자기 존재를 알린다. 이런 흔적 남기기는 표범이 상대를 찾는데 관심이 지대한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짝짓기 철에 가장 왕성하다.
눈표범의 서식지는 주로 녀석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야생양과 염소가 풍부한지 아닌지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 먹이가 많은 곳에서는 표범 한 마리의 영역이 12-35㎢ 정도가 될 것이다. 먹이를 찾기 힘든 지역에서는 표범 한 마리가 87㎢ 이상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눈표범은 바위투성이 비탈길을 오르내리고 해발 6000m나 되는 추운 산악지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녀석들은 긴 털 밑에 촘촘히 난 속털, 넓적하고 두툼한 발, 넓은 가슴과 강한 폐를 이용해 공기가 희박한 곳까지 올라간다.
달라이 라마는 수도승을 비롯한 불자들이 중시하는 비폭력과 생명존중사상을 환기시키면서 눈표범 사냥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대부분의 눈표범 활동영역에서 가죽을 비롯한 각종 신체 부위가 상업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눈표범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 북단 접경지대에서 연구원 톰 매카시(왼쪽)가 발톱자국이 나 있는 나무 옆에 올가미를 설치하는 동안 한 공원관리인이 눈표범의 주요 먹잇감인 아이벡스를 찾기 위해 비탈길을 살펴보고 있다. 매카시의 목표는 눈표범을 생포해 목에 무선발신장치를 다는 것이다. “산에서 몇 달을 지내도 한 마리, 심지어는 그 흔적조차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매카시는 말한다. “하지만 난 녀석들이 근처에 있으면 느낄 수 있어요.”
인도 헤미스 국립공원의 험한 암벽들과 바위틈은 눈표범이 사냥할 때 숨기 좋은 장소다. 하지만 밀렵꾼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야생동물 보호활동가 조지 섈러는 눈표범이 언젠가 동물원에서만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는 이 같은 운명을 ‘슬픈 타협’이라 부른다.
머플러처럼 복슬복슬하고 거의 몸길이만 한 눈표범의 꼬리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며 높은 바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도 한다. 이 포식동물은 산간초지의 풀을 지나치게 먹을 수도 있는 야생양과 염소의 수를 줄여서 생태계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눈표범의 가죽은 거의 보호색과 같아서 눈표범은 인도 칼룽 능선의 바위가 많고 햇빛으로 얼룩얼룩한 비탈길에 묻혀 다니다가 사라지곤 한다. 눈표범 활동영역 일부지역에서는 하루 밤 사이에 능선사이의 탁 트인 사막 40km를 횡단하는 녀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주하는 눈표범의 실루엣: 사진에 찍힌 눈표범은 몰래카메라에 찍힌 것이 아니라 사진작가 스티브 윈터가 찍은 것이다. 1200mm 렌즈를 손에 꼭 쥔 채 윈터는 자신이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캠프에 있던 주민들이 불교의 소원을 비는 깃발을 방금 세웠거든요.” 윈터는 말한다. “이번 기사가 축복을 받은 느낌이었죠.”
서식지 감소, 밀렵, 먹이감소, 실질적인 보호책의 결여 등 눈표범에게 먹구름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보호단체들은 눈표범의 미래를 밝게 해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다면 많은 농부들의 경제적 손익계산법을 바꾸게 한 가축예방접종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즉 누군가 내 가축의 예방접종 비용을 대주면 가축이 병으로 죽는 숫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눈표범이 가축 한 두 마리를 채가도 총을 들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의미다.
환경보호단체들은 눈표범을 죽이지 않겠다는 목동들의 약속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를 짓는 것을 돕는다. 이런 원조는 포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주민에 행하는 경제적 유인책으로, 티베트푸른양(위) 같은 먹이에게는 희비가 엇갈리는 소식이다.
스탄진 플리트의 야크들(왼쪽)은 그의 재산이다. 라다크의 잔스카르 계곡에서 가축떼는 눈표범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절벽에 세워진 푸크탈 사원 아래쪽 밭에서 인도 농부들이 손으로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히말라야 고지대에 살게 되면서 겨울에 가축이나 야생동물 같은 먹잇감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는 눈표범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또 다른 획기적인 사건으로는 눈표범은 자신이 다니는 길옆에 소변을 본다는 것이다. “눈표범은 예측 가능한 경우가 꽤 많아요,” 눈표범트러스트의 연구자 톰 매카시가 말한다. “눈표범은 대개 절벽의 아래 부분이나 돌출된 바위 위, 또는 능선 길을 따라 흔적을 남기죠.” 잠자리에 들 때도 꼭 주변 지형을 훤히 내다 볼 수 있는 장소를 택하는 등 일정한 기호를 보인다.
길고 근육이 잘 발달된 뒷다리로 눈표범은 자기 몸길이의 일곱 배까지 뛰어오를 수 있지만 이런 재주도 녀석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진 못한다. 눈표범이 죽었을 때보다 살아 있을 때 더 가치가 있어야 눈표범이 번성할 것이라고 환경보호론자들은 말한다. 실질적인 보상 덕분에 지역주민들은 생계를 위협받지 않고도 부처의 가르침과 생명존중사상을 포용할 수 있게 됐다.
눈표범의 큰 눈은 어두운 곳에서도 아주 잘 적응하기 때문에 암흑 속에서도 사냥할 수 있지만 인간이 녀석들의 먹잇감을 뺏어가면 굶주릴 수도 있다. 지역 주민이 야생양과 염소 사냥으로 수익을 얻으면 한편으론 눈표범의 먹잇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눈빛과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네요~~~~~~
- [닉네임] : 가미카제[레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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